시간 개념에 대한 탐구는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얼까?
시간에 대한 오해가 비롯되는 이유는 시간 개념에 대한 이해가 과학적 측면에서 접근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학에서의 시간관에서 비롯된 문제
과학적 탐구의 발달에 따라, 시간은 현상을 측정하고 계산하는 기초로써, 탐구에서 다뤄지는 경향이 커진다.
이에 따라서 보면, 시간은 현상의 좌표계의 일부를 담당하는 요소가 된다.
즉 어떤 현상의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 축으로써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동시의 상대성이 나타나고, 이 동시의 상대성은 시간 개념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듯이 사람들에게 여겨지게 된다.
나의 지금과 타자의 지금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관측자들이 사건을 관측하는 조건에 따라서 관찰자 각각이 갖는 지금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
이를 통해서, 번개가 친 a 지점에서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이 있다고 할 때, a에게 번개가 친 지금은 b에게는 아직 번개가 치지 않은 지금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은 우리를 시간에 대해서 더 혼란케 한다.
내 기준의 8시와 타인의 기준의 8시가 다르단 이야기가 되는 것인데, 이는 무언가 설득력 있다.
왜냐면 우리의 체험에서도 어떤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어떤 시간은 정말 지독히도 흐르지 않는 것을 경험하니까 말이다.
이런 우리의 평소 갖던 시간에 대한 감상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사람들은 점차 검증없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즉, 절대적 시간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인지, 그저 시간의 내용이 상대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파악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는 듯한 급진적 발상은 사람들의 선민적 욕구에 부합한다.
그렇다보니 조금이라도 "깬" 사람들, 조금이라도 "과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 근거에 대해서 좀 더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경우는 잘 없다.
시간과 관련하여 철학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
시간 개념에 대한 탐구는 철학에서 그나마 다뤄질 뿐인데, 이런 시간에 대한 철학적 담론은 철학에 관심을 둔 사람들 사이에선 그다지 흥미롭게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좀 더 자극적인 주제들로 나아가게 되는 듯 한데, 절대성의 불합리라던가 자유나 다양성의 존중, 창의적 사고, 개인의 내적 성장을 위한 마음 다독임 류로 말이다.
철학이라고 하는 것이 마음의 위안을 주고, 개인의 내적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보는 입장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삶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파악하게 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등등.
삶을 고민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보여지는 듯 한데, 사실 이는 윤리학에 더 가깝다;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철학자인 니체를 보더라도, 그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최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쇼펜하우어의 책을 봐도, 삶에 대한 이해, 처세 등을 다루게 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삶에 대한 통찰을 주고, 삶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철학책의 역할이라고 하는 듯 보인다.
철학의 좀 더 형이상학적인 부분은 여전히 소외되는데, 이 영역 안에 시간이 있다.
생각해보자.
영혼이 무엇인지 누가 관심을 둘까?
폭력이 무엇인지 누가 관심을 둘까?
영혼이 무엇이고 폭력이 무엇인지 보다, 폭력을 저지르는 상대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더 유익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영혼에 대한 대부분의 입장은 종교적 의미가 강한데, 사실 그 개념이 고안된 당시에는 종교적 의미만 강한 것이 아니라 인체생리학적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간에 대한 이런 문제는 과학의 개념에 대한 통찰 부족과 더불어 철학에 대한 무관심, 정확히 말하면 형이상학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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