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현상의 관계
세상의 어떤 것의 성질이 변하려면, 어떤 순서적 진행이 필요하다.
이 순서적 진행이 없다면, 정지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는 변화를 불가능하게 한다.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현상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과 같다.
따라서 현상으로 드러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순서적 진행의 영향 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물질적인 것도 시간으로 규정될 수가 없다.
운동도 시간의 영향 아래에 있는 것이지, 운동이 시간을 발생시킨다고 말할 수가 없다.
빛도 현상에 하나이므로, 시간의 영향 아래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현상도 시간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따라서 현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시간에 따른 결과물에 해당될 뿐, 시간 그 자체를 알려주지 못한다.
시간은 현상화될 수 없다.
시간은 현상의 조건이기에, 현상을 만들 때 관여할 뿐이다.
따라서 시간은 현상의 내용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면에 따라서 우리는 어떤 경우에서도 시간을 현상으로 파악할 수가 없다.
앞서 시간은 비물질이라고 하였는데, 시간의 비물질성은 시간의 비현상성을 통해서 다시금 판단해볼 수 있다.
현상은 늘 물질적인 것을 두고 나타난다.
물질적인 것에 비물질적인 것이 관여하기도 하는데, 중력이 그 예다.
즉 비물질적인 중력이 물질적인 것들에 영향을 끼쳐 여러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어쨌든 현상 자체의 내용은 물질적인 것들이 구성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상의 내용물로서는 절대 시간을 파악할 수 없다.
시간은 존재하긴 하는가?
시간이 현상 속 내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우리가 존재를 판단함에 있어서 꽤나 난제로 다가온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살핀 것처럼 중력의 경우, 우리는 그것을 현상 속에서 파악할 수 없다.
즉 중력에 의한 현상을 볼 수 있을 지라도, 중력 자체를 현상에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력의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력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면, 중력이 가정되어야만 그와 관련된 현상들이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경우도 그렇다.
시간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봐야만, 시간에 의한 현상을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의 존재를 직관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의 존재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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