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폭행의 차이를 구분하자
폭력과 폭행은 유사해보이는 이 두 단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ㅡ폭력에 대한 오해 : 폭력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공격하는 것/피해를 입히는 것을 말하나?
폭력과 폭행에 대한 일반론 : 폭행은 신체적인 것, 폭력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경제적인 것
폭력과 폭행을 구분함에 있어서, 폭행을 단순히 신체적/물리적 공격을 하는 행위로 본다면, 폭력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정치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로 구분하기도 한다.
| 폭력과 폭행에 대한 일반적 구분 | |
| 폭행 | 신체적/물리적 공격을 하는 행위 |
| 폭력 | 신체적/정신적/사회적/정치적/경제적으로 공격하는 행위 |
이는 얼핏 보면 알맞은 분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경제적/정신적/사회적/정치 피해를 입혀도 폭력이라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당신이 지금 6000만원을 입금하지 않는다면, 피해가 생길 겁니다"라고 했는데, 실제로 입금하지 않았다고 해보자.
이때 이 사람은 경제적 손실이나 정치적, 사회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를 파손시키거나, 가족에게 자신의 부정 행위를 알리거나, 정치적 입지를 위태롭게 하는 정보를 신문사에 흘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피해를 일으켜도, 이것은 폭력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또 그 사람의 요청에 따라 입금하여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 하더라도, 이것은 폭력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장이 한 사원에게 모욕하는 말을 했다고 해도, 이는 문제되는 행동은 맞지만 폭력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또한 폭행으로도 취급되지 않는다; 사장의 이러한 말 폭언으로 취급된다.
분명 정신적 피해를 일으키고, 사회적 지위에 대한 피해를 일으킨 것은 맞지만 말이다.
따라서 폭력은 피해를 일으키는지의 유무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나아가 이보다 더 엄밀한 잣대로 폭력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ㅡ폭력과 폭행의 특징 : 물리적 강제력
앞선 이야기로 볼 때, 폭력은 우리의 생각보다 엄밀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그 엄밀한 규정, 즉 폭력을 규정하는 그 기준은 무엇일까?
폭력은 물리적 강제력이다
앞서 나는 폭력을 규정할 때 "폭력은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게 자신의 성취를 위해 나타나는 '물리적 강제력'을 말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폭력이 '물리적 강제력'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면 우리가 폭력이라고 규정하는 사안들은 모두 물리적 강제력이 나타난 경우들이기 때문이다.
물리적 작용이 있을 때에만 폭력으로 취급하다 :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가정 폭력 / 학교 폭력이 폭력의 대표적 용례인데, 이때 어떤 물리적 힘이 가해지지 않는 경우는 없다.
또한 물리적으로 괴롭히지 않았다면, 폭력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예컨대, 아내든 남편이든 상대 배우자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한다고 해보자.
이것은 분명 심각한 부부 문제이지만, 이를 가리켜서 폭력이라고, 가정 폭력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아내든 남편이든 상대 배우자에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위협하는 행동을 하면서 괴롭힌다면, 이는 가정 폭력으로 볼 것이다.
이러한 점에 따라서, 폭력이 물리적 강제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파악할 수 있다.
물리적 작용이 있을 때에만 폭력으로 취급하다 : 성폭력과 성추행
성폭력과 성추행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 적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누군가가 어떤 사람에게 원치 않는 성적 농담을 한다면 또는 신체 접촉을 해온 경우를 보자.
이때 우리는 성폭력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이를 성추행으로 본다.
반면 누군가가 어떤 사람에게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하게 된다면, 이는 성폭행/성폭력으로 본다.
이처럼 힘으로 제압하여/힘을 위시하여 강제한다는 것이 폭행/폭력의 특징이다.
굉장히 유사한 폭력과 폭행
앞선 이야기들을 통해, 폭력과 폭행의 주요한 특징으로 힘에 의한 강제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래의 주제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폭력과 폭행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폭행은 무엇인가
폭행은 누군가를 구타하는 것
우선 폭행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폭행이 누군가를 구타하는 것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이번엔 폭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폭력과 폭행은 의미가 같다고 생각될 것인데, 가정 폭력이나 학교 폭력을 보면, 결국 누군가를 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같은 현상을 두고 두 표현이 나타난 것일까?
폭행은 현장을 묘사한다
한가지 우리가 파악해야 할 것은, 폭행은 어떤 현상, 즉 구타하고 있는 현장을 직접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때리고 있다고 할 때, 우리는 그 상황을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폭행하고 있다"고 표현할 것이다.
즉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폭력하고 있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폭행은 행동에 대한 표현이다
따라서 폭행은 실제 어떤 활동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표현임을 알 수 있다.
반면 폭력은 좀 더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정 폭력은 가정 구성원 내의 누군가가 폭행을 일삼는 것을 말한다면, 학교 폭력은 학교 내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폭행을 일삼는 것을 말한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폭력은 우리가 사용하는 무언가다
그렇다면 폭력이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봄직 한 것은, 폭력은 뭔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폭력을 쓰지 마라", "폭력을 행사하다" 등이 그러한 예다.
폭력을 쓰는 것은 곧 제압하거나 때린다는 것
그런데 폭력을 쓰거나 폭력을 행사한다는 건 무얼 말하는 것일까?
이는 곧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 때리는 것을 말한다.
즉 폭행한다는 것으로 치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폭력을 쓰는 것은 폭행하는 것이다.
폭력은 폭행의 원인, 즉 행동의 원인인 의지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폭력은 무엇이길래 폭행을 야기하는 것일까?
폭력을 쓰거나 행사한다는 건 정확히 어떤 것을 설명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폭행의 과정을 살피면서 폭력의 단서를 찾을지 모른다.
폭행이라는 것은 어떤 문제 상황을 맞닥뜨리고, 이 상황에서 상대를 힘으로써 제압하여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의지로부터 발생한다.
즉 이 의지에 따라서 행동할 때 폭행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여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 폭행인 것이다.
따라서 폭력은 다음으로 정리될 수 있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의지
목표 성취를 위해 상대를 제압하려는 힘
이 두 정리는 사실 큰 차이는 없다.
힘을 기준으로 정리할 것인지 의지를 기준으로 정리할 것인지에 따라 서술된 내용이 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앞서 우리의 단서가 된 "폭력을 쓰지 마라", "폭력을 행사하다"에 부합되는 정리는 아마도 후자의 정리인 "목표 성취를 위해 상대를 제압하려는 힘"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이에 따라 치환해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목표 성취를 위해 상대를 제압하려는 힘을 사용하지 마라"
"목표 성취를 위해 상대를 제압하려는 힘을 사용하다"
즉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힘을 사용하지 마라", "상대를 제압하고 뭔갈 얻을 생각을 하지 마라"는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다.
폭력과 폭행의 차이에 대한 결론
폭력과 폭행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보면 이렇다.
| 폭력과 폭행의 규정 | |
| 폭력 | 목표 성취의 방법 중 하나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성취하려는 것 |
| 폭행 | 폭력을 행사하는 것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성취하려는 의지가 발현됨 |
폭력은 목표 성취를 위해서 나타나는 물리적 강제력인데, 이것은 어떤 힘이라기 보다는 의지나 경향에 해당된다.
폭행은 목표 성취를 위해서 물리적으로 강제하는 것을 말하고, 폭력에 의해서 발생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있다.